새해 들어 네이버가 바뀌었더군요.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뉴스캐스트인데, 스크린샷에 보이는 것처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뉴스를 골라서 메인에 띄우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오오~고객의 선택에 맡기는, 맞춤 서비스! viva Naver!!

...라고 할 줄 알았냐.

일단 뉴스의 메인구성에 자율권을 준 것은 얼핏 환영할 만한 시도로 보이나, 이것은 편양된 정보의 양산을 부추길 수 있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어차피 종이신문도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주로 보고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신문 가판대에서조차 특정 신문만을 전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니, 아얘 가판대를 없애고 신문은 오로지 배달로만 판매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신문의 헤드라인이 중요한 이유는 다양한 입장과 생각을 대변하는 언론들의 전시장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가판대에서 많은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스윽 훑어 보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주요뉴스들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다양한 언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네이버의 저 조치는 서로 상반된 관점에 대해 토론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축소시킬 여지가 다분하고, 특정 언론의 주장에 국민들을 점점 길들이게 될 초석이 될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개편을 통해 네이버는 메인페이지의 기사를 해당 신문사의 페이지를 직접 링크하여 방문하는 방식(아웃바운드 링크)으로 바꾸었습니다. 사실 이 방식은 작년 한때 네이버에서 도입했다가 폐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뉴스 서비스로 인해 포털들만 수입을 올린다는 의식이 있어서 도입되었다고는 하나, 메인페이지 뉴스를 외면하고 뉴스홈을 직접 검색하는 네티즌들이 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웃바운드 링크가 개편된 뉴스캐스트와 만나면서 시너지를 올린다면 분명 사용률은 증가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링크된 뉴스에 댓글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각 언론사 홈페이지 자체의 댓글 기능은 그대로 있지만, 접근성과 편의성을 생각할 때, 이것은 댓글 차단과 거의 같은 효과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에 로그인 한 번이면 어느 기사든 댓글을 달 수 있었던 때와는 달리 댓글 한 번 달자고 일부러 신문사 홈페이지마다 가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쌍방향 미디어인 인터넷의 속성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생각해도 될까요? 피드백이 없는 인터넷을 상상해 본적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자꾸 상상 이상의 현실이 펼쳐집니다. 그냥 일방적으로 주는대로 처먹는 우민이나 되라는 걸까요.

제 망상이 사실이라면 누군지 몰라도 참 기막힌 머리군요. 본받고 싶어요. 존경합니다.

좀 더 이성적으로몸을사리고 생각한다면, 네이버 측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겠죠.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네이버 측에서 지난해 불붙었던 불매운동이라던가, 젊은 네티즌에게 안좋은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뉴스에 선택권을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기업은 살아남아야 하는 거니까요.

어쨌든, 도대체 왜 이런 개편이 이루어진 것인지 네이버 측의 성의있는 해명이 있기 전에는 저는 오로지 한가지 생각밖에 할 수 없습니다. "네이버는 평정했다 - 용자 진성호".

뭐...NHN 측에서는 소송을 하기는 했지만요.(기사)

그런데 저 소송도 참 골때리는 게 진성호가 이명박 캠프의 뉴미디어 분과 간사를 맡고 있을 때 "네이버는 평정되었으나 다음은 폭탄" 이라고 말한 것이 2007년 9월 21일이었고, 네이버가 진성호를 상대로 10억원의 소송을 건 것이 2008년 7월 24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성호의원이 저 발언에 대해 직접 시인한 것은 2008년 6월 27일의 MBC백분토론에서였습니다. 처음 그 발언 직후, 네이버 측에서는 진의원의 언급에 대해 짤막하게 부인했을 뿐 아무런 조치가 없었지만, 백분토론 이후 네티즌의 "떳떳하면 고소하라"는 비난에 어쩔 수 없이 소송한 감이 없지 않아 홍시가 되었네요.

그런데 결과는 어찌되었나요? 진성호 용자께서 만약에 10억원 제대로 때려맞으셨다면, "MBC 직원들 평균임금이 1억원"이라는 미친소리는 또 못했을텐데 말입니다.

과연,
네이버는 정말로 평정된 것일까요?

Posted by 좀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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