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 옥션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저는 어제서야 들었습니다.
얘기를 듣고 옥션에 가서 유출 조회를 해봤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회원님께서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확인한 개인정보 유출 회원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출된 회원님의 개인정보는 이름, 옥션아이디, 주민등록번호, 이메일주소, 주소, 전화번호 및 일부 구매 내역, 옥션으로부터 환불 또는 송금 받을 때 사용하시던 계좌번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완전 풀버전이네요. ㅋㅋㅋㅋ
뭘 하나를 하려고 해도 확실하게 해야죠.
왠지 나름 뿌듯한데요?
평소 이벤트란 이벤트는 쫒아다니며 응모하고, 웹하드니 P2P 같은 사이트에서도
무료포인트 때문에 제 손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다니는 저로써는 뭐 그다지 큰 감흥이 없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회사 동료분께서 집단소송 준비 중인 카페가 있다고 참가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채팅을 하던 아는 동생도 링크까지 띄워주면서 꼭 참가하라고, 한참 후에 백만원 돈이 뚝 떨어질지도 모른다며 꼭 가보라고 등 떠밀더랍니다.
그래서 네이버 카페에 가봤습니다. (
http://cafe.naver.com/savename)
우와~~~ 가입자가 자그만치 20만명에다가 동시접속자가 6천명에 가깝더군요. 소송참가비는 1만원에 목표금액은 100만원이라고 하니, 이거 완전 로또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다음에도 카페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
http://cafe.daum.net/auctionlawsuit)
다음에서는 소송참가비가 3만원이고, 목표금액은 자그만치 200만원이라고 합니다+_+ 이런이런 이쪽이 더 쎄잖아. 수율이야 네이버가 낫지만(10000%!!) 차액으로 따지자면 다음이 훨씬 나은 거죠.
그래서 제가 가슴이 두근거리고 땡잡았다 생각했을까요?
사이트를 조금 둘러보다 보니, 이건 뭐 거의 집단광기에 정신병 아닌지 의심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합당한 피해보상과 정보유출에 대한 분노로 포장하고는 있지만, 결국 돈이 걸린 문제다 보니 여기저기 타액이 흘러넘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카페운영진들과 대행하는 변호사 분들의 개인영리 목적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짧은 시간에 실로 엄청난 금액이 개인의 통장으로 뭍혀지고 있습니다. 만일 CMA 계좌라 한다면 이자액만 해도 적은 금액이 아니다 싶어요.
결정적으로 집단광기를 보게 된 계기가 바로 저 문제였습니다. 누군가 저런 이야기를 제기하자 바로 다구리 들어오더군요.
'변호사 분들이 개인영리 목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줄 아느냐.' '수고하시는 분께 무엄하다.' '옥션 알바냐' 대충 그런 논조였습니다. 급기야 몇몇 회원은 카페에서 강제탈퇴 당하고, 그쪽 변호사 분은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해당 회원들을 법적대응 하겠다고 나오고 있습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조금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크게 잘못된 대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같은 카페 회원들이 절대로 변호사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려고 지명된 회원들을 파티사냥 하는 꼬라지가 돈앞에 한 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는 듯 해서 참 보기 안좋았습니다. 행여 어떤 꼬투리로 소송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기백만원의 눈 먼 돈이 훌떡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기분들 때문일라나요.
옥션이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데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회원들의 정보는 엄청난 현금의 값어치가 있기도 하구요. 옥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회원정보 몇명당 얼마, 해서 팔고 사는 사례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암암리에 그런 거래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유출된 정보로 인해 스팸에 시달리거나, 자신의 정보가 부당하게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거나, 실제로 금전적 피해를 볼 수 있는 확률도 배제할 수 없으니, 정보유출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무언가 집단적 병리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하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꼭 같은 비유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문득 그런 게 떠오릅니다. 자해공갈단. 좀 심한가요?
자해공갈단이 아니더라도, 신체에 훼손이 없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면 땡잡았다는 인식이 우습지도 않게 보편적인 현실입니다. 아픈 곳이 없어도 일단 병원에 드러눕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회사에서는 병가로 합당한 유급휴가를 누리고, 가해자에게 많던 적던 합의금을 뜯어내려는 사람들 말이죠.
그런데 그게 특수한 케이스가 아닙니다. 어느새 사고시에 일반적인 대응이 되어 버린지 오래이고, 실제로 제가 당해보기도 했습니다. 주행당시 속도 30km 미만의 가벼운 추돌이어서 범퍼에 기스조차 나지 않았는데, 운전자와 동승자까지 함께 병원에서 일주일을 누워있더군요.
이 번 옥션사태와 교통사고를 억지로 끼워맞추고자 함은 아닙니다. 다만, 모든 판단의 기준이 돈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답답한 마음도 있구요. 이번 법적대응이 금전과 관계없는 일이 되었다면 그 집단소송에 과연 얼만큼의 사람들이 참가 했을까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소금액을 다 받을 수 있을리는 만무하지요.
많은 사람들은 100만원, 200만원을 실제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