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3. 17:42 바른생활/정치.경제
청와대 물품구입 논란, 사실은..
이번 물품구입목록 내역이 논란은 논란인가 봅니다. 저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품목의 상상할 수 없는 가격에 너무도 부러워서 그냥 뻘글(2008/12/03 - [바른생활/정치.경제] - 7개월간 청와대 물품구입비) 하나 올렸을 뿐인데, 친절하게도 청와대 홍보블로그에서 트랙백을 걸어주셨네요. (http://blog.daum.net/mbnomics/8922831)
참으로 조목조목 아주 설득력 있게(라고 생각하고) 글을 올려주셨더군요.
저 가운데 진하게 강조된 문장이 보이시나요? 전 정부출범해인 2003년도와 비교해서 자그만치 55%나 절약했다고 노란 바탕색까지 쓰면서 주창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알뜰한 실용정부입니까? 몇몇 신문들의 악의적인 왜곡때문에 골치아파하고 계실 청와대 관계자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데 중간에 말이 조금 이상하네요. "청와대의 금년도 물품구입예산은 22억 1만원" 이고, "이중 65%인 14억원을 사용"했다는데, 4046만원은 왜 빼세요-ㅅ-; 이건 농담이고, 암튼 14억 4046만원이 "2003년 물품구입 예산의 45%"라고 하셨죠? 체크.
강조글씨의 "2003년 구입비 32억원과 비교했을 때 45% 수준"과 아래 작은 글씨의 "2003년 물품구입 예산의 45%". 정확하게 구입비입니까? 아니면 구입예산입니까? 그저 전 정부와 비교하기에 급급해서 저런 사소한 문제는 넘어가도 되는건가요? 현 정부의 입장에는 예산과 구입비를 분명히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으면서, 전 정부를 언급하면서는 왠지 대충 언급하고 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적어도 해명을 위한 기사라면, 사소한 것까지 챙겨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 위의 말대로만 보면, 전 정부는 구입예산이 32억이었고, 32억을 전부 구입비로 사용했다는 결론이 나오고 말거든요. 뭐, 어린애들이 뭔가 잘못하고 혼날 때, '엄마~ 쟤가 더 나쁜짓 했어~ ㅠ_ㅠ' 하고 이르는 것 같은 해명이야 그냥 개인적인 느낌이고 굳이 문제삼을 것도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겠습니다만.
구구절절한 감동적인 해명은 계속 이어집니다. 먼저 소형컴퓨터는 저의 먼저글에 추가해 놓은 것처럼 서버용 컴퓨터가 맞았습니다. 그 용도를 아직은 알 수 없지만요.
그런데 158만원짜리 커피메이커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커피는 셀프서비스'를 위해서 구입했다고 하는데, 158만원이면 에스프레소 머신 중에서도 꽤나 고급형에 속하는 기계입니다. 높은가격순으로 비교검색을 해봐도 3페이지가 되면 150만원대가 나오는군요. (http://shopping.naver.com/search/all_search.nhn?where=all&query=%BF%A1%BD%BA%C7%C1%B7%B9%BC%D2%B8%D3%BD%C5&frm=nv_product)
그리고 저런 제품은 거의 사업용이고, '셀프서비스'의 용도로는 과하거나, 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실제로 중간에 링크된 쿠키뉴스의 기사(보기)를 보면 중앙 티테이블 위에 있는 것은 모두 일회용 인스턴트 커피입니다.
이건 뭔가요? 누가 그랬을까요?
또 하단의 예산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3개의 식당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손소독기(대당 73만)와 쌀세척기(330만)를 구입했다고 합니다. 굉장히 비싼 감은 있지만, 네 뭐 그럴 수 있다고 일단 한수 접죠. 분명 필요에 의해 구매했다고 할지라도 방만한 구입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에서 할 짓이 아니라는 전제도 살짝 양보합니다.
그런데 식당 3개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예산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나요? 각종 경비의 절감은 분명 효과가 있으니 예산절감에 도움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1천여명이 하나의 식당으로 집결하는 것이 과연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까요? 어떤 사람들은 식당통합으로 인해 일부러 먼 거리를 걸어가야 식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저희 회사도 꽤 넓어서 그 괴로움을 잘 알고 있지요.
평소 30분이면 될 식사를 거리가 멀어짐으로 40분, 한시간이 걸린다면, 그것은 효율성에 반하는 행위이며 생산성 향상과는 매우 거리가 먼 얘기입니다. 무조건 쥐어짜는 70년대 방식으로 모든 것을 해나가려는 습성을 엿보게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꽤 길게 눈물없이는 읽을 수 없는 신파극을 청와대에서 벌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메고 있다는 글이 이어지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즐쳐드셈.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능률과 효율성의 제고'입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하여 저녁 9시에 퇴근하는 바보같은 짓거리가 자랑거리가 전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난방도 몇시간씩 줄이는 것은 정말로, 진짜로, 영구가 형님할 일입니다.
더 이야기 써봐야 손가락 운동도 할만큼 했고, 재미도 없으니 대충 끝냅니다. 깝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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