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8. 09:44 바른생활/일상
매직 스트레이트 퍼머.
정마녀님의 집에서 글을 보고나서 갑자기 우울한 옛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때는 제가 아직 풋풋하고 샤프하고 샤방하던 고등학교 2학년 무렵이었을 겁니다. 가끔씩 제가 이야기 하고는 하지만, B형에 용띠에 사자자리에 장남에 무려 곱슬머리까지 풀패키지로 생긴 사람이 바로 접니다.
기억하기로는 아마 그때에 남자들 머리라 하면, 에쵸티의 강타라던지, 슬램덩크의 서태웅이라던지, 드레곤볼의 트랭크스라던지...그런 생머리 스타일이 아이돌의 표상처럼 여겨지던 때였지요.
바로 요런 녀석들...
굳이 당대의 유행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람이란 무릇 넘이 떡이 훨씬 커보이는 법. 머리가 조금만 길면 거의 쿤타킨테급의 웨이브가 생기는 저로써는 저 머리들이 너무도 부럽지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반곱슬에서 조금 더 웨이브가 나오는 머리라서 미용실에서 열심히 만져주면 그래도 제법 스타일이 나오긴 하더만, 집에서는 절대 안되던데...ㅠㅠ)
어쨌건 그런 연유로 어느 날 생전 처음 매직스트레이트라는 걸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방과 후에 미용실에를 가서 매직펌을 하러 왔다고 이야기 하는데, 일순간 미용실 언니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는 걸 보고야 말았습니다. -┏ << 이렇게 말이죠.
요즘엔 그래도 좋은 샴푸도 쓰고 해서 머리결이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어쨌든 그 언니 잠시 심호흡을 하며 릴렉스 하는 것 같더니, '제일 쎈걸로...제일 쎈걸로...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라고 중얼중얼거리면서 한쪽 의자에 저를 앉히고 열심히 퍼머약을 발라주더군요. 얼마나 지났을까 약을 다 바르고 그 형광등 여러개 붙어있는 난로-_-;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나서 중화액을 막 뿌리고 샴푸하고서 딱 앉아 거울을 보니...
이거 뭥미;ㅁ; 오마이갓;ㅁ;
정말 비맞은 생쥐꼴이라는 표현 외에 어떤 말이 어울릴까요. 거울너머로 미용실 언니에게 황당하고도 가련한 눈빛을 날리며 멍때리고 앉아있으니까 다정하고도 암울한 목소리로 언니가 그러더군요.
"원래 매직하면 2-3일은 가라앉아서 비맞은 생쥐꼴 되니까 걱정하지 마. 그런데...난 오늘 니 머리에 무한한 도전의식을 느끼고야 말았거든. 다음주에 한 번 더 쫙-쫙- 펴줄테니까 다시와. 공짜로 해줄께"
친절한 눈빛과는 대조적인 암울한 포쓰를 풍기며 작은 한숨을 몰래 내쉬던 그때의 그 언니...지못미-_ㅠ
그리고 3일쯤 지나니까 머리가 살살 힘이 살아나면서, 오오오!!!! 드디어 바람에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저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아- 새로 태어난 이 느낌...ㅠㅠ 그런데......이틀정도 더 지나니 머리 끝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무시하면서 자꾸 고개를 쳐드는 겁니다. 어라 이자식들...지금 니들이 뉴튼엉아를 우습게 아는거냐? 그러면서 문득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던 친절한 눈빛의 미용실 언니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갔더니, 한눈에 알아보시던...
그리고 한 번 더 좍~! 좍~!
그렇게 자신의 도전의식을 마음껏 펼치며 미용외길인생의 모든 것을 펼치시던 언니.
죄송합니다.
그렇게 일주일동안 두번 펴준 머리가...두 달을 못 넘기더군요-_ㅠ ㅇ ㅓ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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