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19. 08:46 바른생활/역사.문화
첫사랑
누구나에게 그렇듯 나에게도 첫사랑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없는 사람 메롱-ㅅ-)
- 중학교 입학 예비소집 날 -
유독 눈에 띄던 그 애. 물론 남녀공학이었습니다.
황금변색 봉투에 고이 접어넣어진 입학통지서를 꼭 쥐고, 저멀리 걸어 내려가는 그 애의 뒤통수를 감동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입학식 -
단 며칠사이 꿈속에도 들락거리던 그 애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친구들과 재잘대며 걸어가는 그 모습을 멀리까지 눈으로 쫒았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
새로운 친구들과 제법 익숙해졌을 무렵 우리는 서로 마음에 드는 여자애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머뭇거리다가 내 마음속의 그 애를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작은 관심이라고,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러던 어느 일요일 -
거리에서 까맣고 노란 줄무늬가 들어간 스웨터를 보았습니다.
전날 그 애가 입었던 것과 같은 옷을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낀 나는 그제서야 그애에게 빠져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오후 -
집으로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그 애의 친구에게서 온 전화였고, 곧바로 그 애와 통화를 했습니다.
남자애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자기도 관심이 있다고,
그렇게 어이없게도 쉽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 어느 날 오후 이발소에서 -
머리를 깍던 아저씨가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나를 혼자 내버려 두고 밖으로 나갔을 때, 목에 보자기를 두른채 이발소의 전화로 그 애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무척 숫기가 없었던 나는 이렇게 전화를 하는 것이 그 애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 학교에서 -
전교생이 이백명 남짓한 작은 학교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이가 된 것 같았지만, 나는 아직 티를 내지도 못하는 어린아이였습니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제대로 말 한 번 먼저 건 적도 없는 개념 없는 남자였습니다.
전화조차 집에 와서 걸지도 못하고 어둑해졌을 때 공중전화로 밖에 할 수 없는 어리숙한 남자였습니다 나는.
- 그 날 그 곳에서 -
누군가 내가 애용하던 면사무소 앞 공중전화에서 나올 생각을 않고 있었습니다.
한 살 많은 선배.
잠시 기다리다가 바로 옆에 있는 동네 형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나 : "저기 맹구(가명)형 전화하는데 되게 오래걸리네." -- 가명입니다.
어쩌면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을지 모르겠습니다.
형 : "아마 춘자(가명)에게 전화하겠지" -- 진짜로 가명입니다.
나 : "그런가...?"
마음을 들키지 않도록 침착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려는 그 한마디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듣고 재구성해 보니 맹구(가명)형과 춘자(가명)가 통화를 시작한 지는 벌써 두어달 된 듯합니다. 내가 그 애와 사귀기 시작하고 바로 얼마 후였더군요.
이런 날은 유난히도 별이 밝은 법입니다.
몇 번의 연결음과 예의 그, 귓가를 간지럽히는 듯한 맑은 목소리.
그리고,
나 : "....."
그 애 : "누구세요? 말씀하세요."
나 : "응, 나..."
그 애 : "아, 너구나. 왜... 말을 안해?"
머뭇거리는 듯한 목소리.(라고 느껴졌습니다.)
나 : "..."
그 애 : "여보세요?"
나 : "너...맹구형 좋아한다며?"
그 애 : "어?"
나 :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지. 그랬으면 알아서 비켜줬을텐데."
그 애 : "야...그거..."
나 : "괜찮으니까. 힘든 일 있으면 말하고, 잘 지내라. 안녕."
"딸깍."
- 그 후로 오랫동안 -
그 날의 말이 정말 잘 한 것일까, 혹시나 다시 다가오지는 않을까,
전교생 이백명 남짓한 작은 학교에서 거의 매일 마주치다시피 하는 그 애를 잊기는 참 힘들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애꿎은 상념과 혹시나 하는 기대만 늘어갔습니다.
하지만 꿈결같이 짧았던 내 첫사랑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그 때의 일기들, 편지들, 한참 후에 모두 태워져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져 가는 내 어린아이 시절의 조그만 한 조각입니다.
#
그래봐야 첫사랑이 양다리 걸친 얘기잖아 응??? 뭥미!!! ㅠ_ㅠ
- 중학교 입학 예비소집 날 -
유독 눈에 띄던 그 애. 물론 남녀공학이었습니다.
황금변색 봉투에 고이 접어넣어진 입학통지서를 꼭 쥐고, 저멀리 걸어 내려가는 그 애의 뒤통수를 감동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입학식 -
단 며칠사이 꿈속에도 들락거리던 그 애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친구들과 재잘대며 걸어가는 그 모습을 멀리까지 눈으로 쫒았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
새로운 친구들과 제법 익숙해졌을 무렵 우리는 서로 마음에 드는 여자애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머뭇거리다가 내 마음속의 그 애를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작은 관심이라고,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러던 어느 일요일 -
거리에서 까맣고 노란 줄무늬가 들어간 스웨터를 보았습니다.
전날 그 애가 입었던 것과 같은 옷을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낀 나는 그제서야 그애에게 빠져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오후 -
집으로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그 애의 친구에게서 온 전화였고, 곧바로 그 애와 통화를 했습니다.
남자애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자기도 관심이 있다고,
그렇게 어이없게도 쉽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 어느 날 오후 이발소에서 -
머리를 깍던 아저씨가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나를 혼자 내버려 두고 밖으로 나갔을 때, 목에 보자기를 두른채 이발소의 전화로 그 애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무척 숫기가 없었던 나는 이렇게 전화를 하는 것이 그 애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 학교에서 -
전교생이 이백명 남짓한 작은 학교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이가 된 것 같았지만, 나는 아직 티를 내지도 못하는 어린아이였습니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제대로 말 한 번 먼저 건 적도 없는 개념 없는 남자였습니다.
전화조차 집에 와서 걸지도 못하고 어둑해졌을 때 공중전화로 밖에 할 수 없는 어리숙한 남자였습니다 나는.
- 그 날 그 곳에서 -
누군가 내가 애용하던 면사무소 앞 공중전화에서 나올 생각을 않고 있었습니다.
한 살 많은 선배.
잠시 기다리다가 바로 옆에 있는 동네 형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나 : "저기 맹구(가명)형 전화하는데 되게 오래걸리네." -- 가명입니다.
어쩌면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을지 모르겠습니다.
형 : "아마 춘자(가명)에게 전화하겠지" -- 진짜로 가명입니다.
나 : "그런가...?"
마음을 들키지 않도록 침착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려는 그 한마디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듣고 재구성해 보니 맹구(가명)형과 춘자(가명)가 통화를 시작한 지는 벌써 두어달 된 듯합니다. 내가 그 애와 사귀기 시작하고 바로 얼마 후였더군요.
이런 날은 유난히도 별이 밝은 법입니다.
몇 번의 연결음과 예의 그, 귓가를 간지럽히는 듯한 맑은 목소리.
그리고,
나 : "....."
그 애 : "누구세요? 말씀하세요."
나 : "응, 나..."
그 애 : "아, 너구나. 왜... 말을 안해?"
머뭇거리는 듯한 목소리.(라고 느껴졌습니다.)
나 : "..."
그 애 : "여보세요?"
나 : "너...맹구형 좋아한다며?"
그 애 : "어?"
나 :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지. 그랬으면 알아서 비켜줬을텐데."
그 애 : "야...그거..."
나 : "괜찮으니까. 힘든 일 있으면 말하고, 잘 지내라. 안녕."
"딸깍."
- 그 후로 오랫동안 -
그 날의 말이 정말 잘 한 것일까, 혹시나 다시 다가오지는 않을까,
전교생 이백명 남짓한 작은 학교에서 거의 매일 마주치다시피 하는 그 애를 잊기는 참 힘들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애꿎은 상념과 혹시나 하는 기대만 늘어갔습니다.
하지만 꿈결같이 짧았던 내 첫사랑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그 때의 일기들, 편지들, 한참 후에 모두 태워져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져 가는 내 어린아이 시절의 조그만 한 조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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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봐야 첫사랑이 양다리 걸친 얘기잖아 응??? 뭥미!!!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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